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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청첩장을 직접 만들고 싶은 이유는...

나는 늘 스몰웨딩을 꿈꾸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스몰웨딩이란, 가까운 친지만 불러 결혼의 서약을 맺는 형태가 아닌, 내 손떼가 구석 구석 묻은 결혼식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내가 직접 디자인하거나 고른 웨딩드레스, 내가 꾸민 버진로드, 내가 만든 부케, 내가 만든 청첩장...

시끌벅적 즐거운 축가 무대.


스윙댄스를 했을 때도, 결혼식에 남편과 함께 스윙댄스를 추면 얼마나 즐거울까 상상했던 것이지만 끝내지 못하였고,

기타도, 우쿨렐레도 직접 축가를 준비하면 얼마나 재밌을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지만 그 무엇도 하지 못하였다.

축가라는 개념보다는 다함께 연주하고 노래 부르는 즐거운 결혼식을 꿈 꾼 것이다.

영상을 만들어 그간 우리가 어떻게 사귀었는지 하객들에게 보여주기도 하고, <토드 셀비전>에 갔을 때는 결혼 기념 사진전을 열고 싶다고도 생각했는데, 막상 결혼을 해보니 이 모든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처절히 깨달았다.

2018년에는 결혼할 것이라며 늘 말해왔고 실제로 2018년에 결혼을 함에도, 난 결혼 준비를 매우 급하게 하고 있다.

이렇게 결혼 준비가 늦어진 이유는, 아무래도 결혼은 생각보다 부모님의 의견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고... 부모님의 의견이 중요한 이유에는 역시 돈 때문이었다.

상견례가 늦어지며 모든 것들이 덩달아 늦어졌고, 나는 당장 웨딩촬영을 위한 다이어트, 집 구하기, 가구 가전 구매하기, 웨딩밴드 맞추기, 천주교 관면성사 등에 치여 내가 어떤 결혼을 꿈꾸었는지, 어떻게 하고 싶은지는 생각지도 못한채 D-60일이 다가오고 만 것이다.

특이한 웨딩드레스를 구매하여 결혼식에도 입고,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입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알아본 중국의 해외직구는 사기가 많다는 소문이 있었고,

지방에서 결혼하면서 선택지가 줄어들었다.

식장, 스튜디오, 드레스, 헤어메이크업을 모두 개별로 선택할 수 있는 서울과 달리 지방에서는 토탈샵이라 하여 식장과 드레스, 스튜디오, 메이크업이 모두 한 곳에서 진행이 되었다.

그러지 않으려면 내가 발로 뛰어 헤어메이크업 샵을 찾아다녀야 하지만 지방에서 괜찮은 헤어메이크업샵을 찾는 것과, 본식 당일 헬퍼를 고용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하여 일명 '스드메'를 토탈로 진행하게 되며 나에게 남은, 내 '손떼묻은' 결혼식은 청첩장 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다들 청첩장에 힘빼지 말라 하였지만...

청첩장은 어짜피 일자와 약도만을 보고 버리는 것이라고, 결혼 준비 중에 제일 힘 쓸 필요가 없는게 청첩장이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또한, 청첩장 업체에서 제공하는 기본 청첩장들이 무척 귀엽고 예뻐서, 나 또한 그리 할까 흔들렸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내 마음을 다시 다잡게 된 것은, '청첩장 액자' 때문인데, 청첩장을 액자에 넣어서 보관하고 있는 어떤 분의 사진을 본 것이다.

그간 청첩장은 '버려지는 것'이고 우리가 아무리 보관해도 다시 보게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였는데 액자에 넣은 것을 보니, 한장의 제대로 된 사진을 찍는 것과도 같은 일이라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웨딩촬영으로 이 당시를 추억하고 기억하듯, 청첩장 또한 액자에 넣어 예쁘게 보관한다면 두고두고 떠올릴 수 있는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았다.

그리하여, 결국, 청첩장을 직접 만들기로 내 마음을 굳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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