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티비카드에서 신청한 청첩장 샘플이 왔다. 

제일 기다린 업체 것이 제일 늦게 옴ㅠㅠ 


다른 두 업체와 달리 예쁜 상자에 들어 있었다. 

상자를 여니 심쿵


예쁘다 ㅠㅠ


ㅋㅋㅋㅋㅋㅋ 추억의 왕사탕도 함께 넣어주셨다

잘먹을게요. 


포토청첩장도 감각있게 예쁘다. 

봉투를 색깔별로 보내주셨는데, 이게 참 도움이 되었다.

신랑과 어떤 색깔의 봉투를 쓸지 한참 고민했었거든! 

식권도 잊지 않고 챙겨주셨다. 


웬 열(가지 혜택).


봄티비카드를 선택하려는 이유는 감각적인 식전영상 때문이다.

얼른 청첩장 마무리 짓고 싶다. 


진정한 의미의 '셀프청첩장'이라고 하면, 인쇄까지 직접 하는게 아닐까 생각하지만...

최근에는 '셀프'라는 의미가 폭넓게 사용되고 있는 것 같다.

본디 '셀프웨딩촬영'이라 함은 본인들이 삼각대를 세우고 찍는 것이었지만 최근에는 스튜디오에서 찍지 않고, 드레스를 업체에서 빌리지 않기만 해도 셀프웨딩촬영이라고 하거나, 어떠한 과정에서 어쨋든 본인들의 기여도가 있으면 '셀프'가 붙는 것 같다.

나는 셀프청첩장이라기보다는 셀프디자인 청첩장이라고 부르는 게 더 맞을 것이다.

청첩장 업체를 통해 인쇄를 맡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편의상, 셀프청첩장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셀프청첩장을 만드는 두가지 방법

셀프 청첩장은 앞서 말한대로, 크게는 2가지로 나뉘는데

1. 직접 디자인 하고, 인쇄소를 통해 인쇄를 맡기고 제단하는 것.

2. 청첩장 업체에서 제공하는 템플릿에 맞춰 청첩장을 디자인하고, 인쇄는 청첩장 업체가 해주는 것.

1번의 장점은 원하는 규격, 원하는 용지로 맞출 수 있고 디자인이나 본인의 노력에 따라 저렴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

단점은 너무 생각할 거리가 많다는 것과 청첩장 외에 봉투, 식권, 스티커 등의 어려움까지 떠안게 되는 것. 어떤 크기로 할 건지, 어떤 용지로 할 건지, 인쇄소도 찾아서 원하는 바를 전달해야한다는 번거로움이 크다.

2번의 장점은 디자인만 하면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점. 청첩장 업체에 따라 '약도'만 유료로 만들어주기도 한다는 점. 셀프라 해도 봉투, 식권, 스티커 등 필요한 것들을 모두 챙겨주는 것, 봉투도 디자인이 가능하다는 점, 청첩장 업체에서 청첩장 구매자에게 제공하는 식전영상, 모바일 청첩장 등도 이용할 수 있다는 것.

단점은 내가 들이는 노력은 배로 올라가면서 기존의 청첩장들과 가격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더 비싸다는 점.

나는 2번의 방법을 채택하여 셀프청첩장을 만들기로 했다. 


청첩장 업체를 통해 셀프청첩장을 만들기로 했다면 다음의 일들이 남아 있다.

1. 청첩장 업체 고르기. 업체마다 제공하고 있는 규격과 가격이 다르며, 서비스가 다르다.

한 업체는 셀프청첩장 사전 인쇄 서비스(유로, 10000원)이 있는 경우가 있었다.

2. 구성 짜기(표지, 내지 어떤 내용을 채울지)

3. 표지 디자인 하기

4. 청첩장 문구 정하기

5. 약도 만들기

6. 청첩장 업체에 시안 보내기

7. 청첩장 접기

나는 표지디자인->구성짜기->약도만들기->청첩장문구정하기->청첩장업체구하기->업체에시안보내기->청첩장접기

의 순서대로 진행했고, 진행할 예정이다.


01. 청첩장 디자인하기

나는 청첩장에 우리들의 사진을 넣고 싶었다. 사진만큼 '우리만의' 청첩장의 느낌을 주는 게 없었기 때문에, 기존의 디자인 제품을 사용한다고 해도 사진을 넣고 싶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사진청첩장을 생각했다가 결국 포기하는 이유가 '쓰레기통에 우리의 얼굴이 있는 청첩장이 버려지는 게' 두려워서였다.

청첩장은 주는 사람에게는 의미가 매우 크지만, 받는 사람들에게는 사실 어떤 디자인을 하든 크게 상관없는 것이고

요즘은 모바일청첩장이 활성화되면서 종이 청첩장은 아예 받지 않거나 받아도 잃어버리거나, 결혼식도 더 전에 버리는 일이 있다고 한다.

사진을 넣어 청첩장을 만들게 되면 결혼식 후 쓰레기통에 우리의 얼굴이 있는 청첩장이 버려지게되므로, 청첩장에 사진을 넣는 것은 그다지 권해지지 않는다.

나는 내 얼굴이 버려져도 상관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사진 청첩장을 진행할 생각이었다. 또한, 잘생긴 남편을 만났다는 것을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기도 했다.


청첩장에 사진을 넣자!

사진을 어떻게 넣을지, 어떤 사진을 넣을지 예전부터 고민해왔다.

처음에는 우리들의 어린시절 사진을 표지에, 내지에는 현재의 사진을, 뒷면에는 노부부의 손잡은 뒷모습을 넣자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표지에는 사진을 넣지 않았다. 두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사진을 그대로 넣은 청첩장은 매우 촌스러웠다.

여러 청첩장 업체의 홈페이지를 들락날락 하였지만 사진이 있는 청첩장들은 다 촌스럽기 그지없었다(내 기준).

둘째, 쓸만한 사진이 없었다.

사진을 넣기로 결정한 이후, 원본 사진을 피말리며 기다렸다. 그러나 막상 받은 원본 사진은... 도무지 쓸만한 것이 없었다.

내가 예쁘게 나온 사진은 신랑이 못생기게 나왔고, 신랑이 잘생기게 나온 사진은 내가 이상하게 나온 식이었다. 수정본은 한달 뒤 본식 직전에나 나온다고 하니 수정본을 기다릴 수도 없었다.

포토청첩장이 매우 촌스럽다는 것도 나의 고민이었다. 그러던 중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표지는 우리의 사진을 토대로 한 그림을 그리고, 사진은 내지에 넣자! 는 것. 사진을 내지에 넣게 되면 얼굴이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아픔(?)이 덜 느껴질테니까~ 좋지 않을까!

표지에는 웨딩촬영을 토대로 한 그림을, 내지에는 실사 사진을 넣으면 청첩장을 열어보는 사람이 비교하는 재미도 있고, 아기자기할 것 같다.

액자에 넣을 때도 표지 한장, 내지의 사진 한장, 이렇게 두가지를 하면 좋을 것 같았고.

내지는 조금 촌스러워도 괜찮으니까.


그림을 어떻게 그리지? 부탁? 아니면 직접?

그림을 그리기로 한 이후에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문제였다.

나는 어디가서 나의 전공을 잘 말하지 않는데.....내 전공을 말하면 항상 사람들은 내가 그림을 잘그릴 것이라, 포토샵을 잘할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내가 그렇냐고? 물론 아니다. 난 교양 A+, 복수전공 A, 본전공은 C 인생이었다. 어쩌다 버스 탑승하여 A를 받게 된게 다다. 나의 부족한 전공실력을 미안해하며 조모임을 할 때면 나는 늘 조장과 발표를 담당하였다. 그게 우리의 조원들과 내가 win - win, happy - happy 할 수 있는 길이었다.

어쨋든 이러한 나의 전공 덕분에, (나는 비록 아니지만)내 주변에는 그림을 잘그리는 친구들이 많았다.

컴퓨터나 영상 관련 특성화고를  나온 친구들, 미대 준비하던 친구들이 많았다.

내 결혼소식을 듣고, 선물로 그림을 그려주겠다 한 친구도 있었다.

그러나 남이 그려준 그림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림이야 사실, '아이디어스' 어플만 깔아도 싸면 1만원에 의뢰할 작가들이 많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우리 부부의 '손떼'였다. 

서로가 서로를 그려주는게 어떨까? 라는 생각으로 준슝과 카페에 앉아 슥슥 그림을 그려보았다.

결과는...참담했다.

기껏 해준다는 친구의 제안을 거절했으나 세상에..... 쓸 수 없는 그림 뿐이었다.

손으로 그려 스캔을 하려 했으나, 손으로 그리면 색칠을 한번만 잘못해도 밑그림부터 다시 그려야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나와 준슝에게는 밑그림을 다시 그려서 이전과 똑같은 그림을 그릴 능력이 없었다.

친한 후배에게 SOS 를 쳐, 타블렛을 빌리기로 했다.

후배는 한걸음에 인천에서 이곳까지 와주었다.

처음엔 분명 내가 직접 그리기 위해 타블렛을 빌리려 한건데... 타블렛 사용법을 몰라 후배에게 시범을 보여달라 한 이후, 나는 그저 넋을 놓고 후배가 그림을 다 그려주게 되었다.

나는 후배가 열심히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간식을 날랐다.

반나절도 안되어 완성된 그림을 보고 나는 내가 직접 그리는 것을 포기했다.

며칠 빌리기로 한 타블렛을 다시 후배에게 쥐어주고, 우리는 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영화를 보고 헤어졌다.


정말 이럴려고 직접 만드려고 한걸까?

청첩장 업체에서 제공한 템플릿에 후배가 그린 그림을 얹으며 드는 찜찜함.

내가 직접 청첩장을 만드려 한 이유가 뭘까?

인생에 한번뿐일 나의 결혼식, 내 눈도 줄 수 있을만큼, 나의 다리도 줄 수 있을 만큼 소중한 준슝과 가족이 되는 행사. 인생에 몇 없는 내가 주인공이 되는 큰 행사.

내가 직접 신경써서 만들고 준비를 해보고 싶었던 것이었는데...

과연 이렇게 남이 그려준 대로 만드는 것이 맞을까?

청첩장을 내가 그리고 싶었던 것은 디자인적인 측면 뿐 아니라, 청첩장을 줄때의 상황까지 고려한 것이었다.

청첩장을 건네며, 그저 결혼식에 오라는 말보다는 다른 에피소드를 말하고 싶었고, '내가 직접 그렸어' 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남이 그려준 그림은 그럴 수 없으니까. 그리고 직접 청첩장을 만들기로 한 것은 두고두고 이때의 추억을 상기하고 싶었던 것인데..

결국 청첩장 그림을 내가 그리는 것으로, 다시 마음을 바꾸어먹었다. 

청첩장을 내가 그리려고 하니 생기는 문제. 나에겐 타블렛이 없다...

인천에 사는 후배를 다시 소환할수도, 내가 그곳까지 갈수도 없었다.  준슝에게 이야기 했더니 뜻밖의 말.


"우리도 타블렛 살까?"

최근, 지출에 대해 신경이 곤두서있는(사실은 '살짝 신경쓰는' 이지만 나의 과장된 받아들임으로) 준슝은 타블렛을 사자고 했다.

그림도 그리고, 사진도 수정하고, 타블렛 사보자고. 

불과 얼마전에 행거를 사느라, 이불을 사느라, 건조대를 사느라 머리를 썩인 나의 머리가 또 다시 지끈지끈했다.

후배가 쓰는 타블렛을 그대로 따라 사려고 하였더니, 후배는 자신이 쓰는 타블렛은 프로용이라며 권하지 않는다고 했다.

입문자용 타블렛을 사야하나, 프로용 타블렛을 사야하나 고민으로 머리가 아팠다.

일본에 있는 동생에게 의견을 물으니, 프로용을 사고 혹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기에게 팔라고 했다.

만약 마음에 안든다면, 동생에게 팔지는 않고 그냥 주겠지만... 어쨋든 그 말이 내 마음을 가볍게 했다. 결국 프로용 타블렛을 구매했다.

후배가 그림을 그려준게 목요일, 타블렛을 사기로 한게 토요일. 구매한 타블렛은 화요일에 오기로 해서 그렇게 청첩장 만들기는 속절없이 시간이 지나갔다. 



셀프청첩장을 만들기 위해 현재까지 쓴 돈,

후배에게 먹인 간식 및 저녁비용: 30,000

타블렛 비용: 410,000

440,000원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청첩장을 직접 만들고 싶은 이유는...

나는 늘 스몰웨딩을 꿈꾸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스몰웨딩이란, 가까운 친지만 불러 결혼의 서약을 맺는 형태가 아닌, 내 손떼가 구석 구석 묻은 결혼식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내가 직접 디자인하거나 고른 웨딩드레스, 내가 꾸민 버진로드, 내가 만든 부케, 내가 만든 청첩장...

시끌벅적 즐거운 축가 무대.


스윙댄스를 했을 때도, 결혼식에 남편과 함께 스윙댄스를 추면 얼마나 즐거울까 상상했던 것이지만 끝내지 못하였고,

기타도, 우쿨렐레도 직접 축가를 준비하면 얼마나 재밌을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지만 그 무엇도 하지 못하였다.

축가라는 개념보다는 다함께 연주하고 노래 부르는 즐거운 결혼식을 꿈 꾼 것이다.

영상을 만들어 그간 우리가 어떻게 사귀었는지 하객들에게 보여주기도 하고, <토드 셀비전>에 갔을 때는 결혼 기념 사진전을 열고 싶다고도 생각했는데, 막상 결혼을 해보니 이 모든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처절히 깨달았다.

2018년에는 결혼할 것이라며 늘 말해왔고 실제로 2018년에 결혼을 함에도, 난 결혼 준비를 매우 급하게 하고 있다.

이렇게 결혼 준비가 늦어진 이유는, 아무래도 결혼은 생각보다 부모님의 의견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고... 부모님의 의견이 중요한 이유에는 역시 돈 때문이었다.

상견례가 늦어지며 모든 것들이 덩달아 늦어졌고, 나는 당장 웨딩촬영을 위한 다이어트, 집 구하기, 가구 가전 구매하기, 웨딩밴드 맞추기, 천주교 관면성사 등에 치여 내가 어떤 결혼을 꿈꾸었는지, 어떻게 하고 싶은지는 생각지도 못한채 D-60일이 다가오고 만 것이다.

특이한 웨딩드레스를 구매하여 결혼식에도 입고,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입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알아본 중국의 해외직구는 사기가 많다는 소문이 있었고,

지방에서 결혼하면서 선택지가 줄어들었다.

식장, 스튜디오, 드레스, 헤어메이크업을 모두 개별로 선택할 수 있는 서울과 달리 지방에서는 토탈샵이라 하여 식장과 드레스, 스튜디오, 메이크업이 모두 한 곳에서 진행이 되었다.

그러지 않으려면 내가 발로 뛰어 헤어메이크업 샵을 찾아다녀야 하지만 지방에서 괜찮은 헤어메이크업샵을 찾는 것과, 본식 당일 헬퍼를 고용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하여 일명 '스드메'를 토탈로 진행하게 되며 나에게 남은, 내 '손떼묻은' 결혼식은 청첩장 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다들 청첩장에 힘빼지 말라 하였지만...

청첩장은 어짜피 일자와 약도만을 보고 버리는 것이라고, 결혼 준비 중에 제일 힘 쓸 필요가 없는게 청첩장이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또한, 청첩장 업체에서 제공하는 기본 청첩장들이 무척 귀엽고 예뻐서, 나 또한 그리 할까 흔들렸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내 마음을 다시 다잡게 된 것은, '청첩장 액자' 때문인데, 청첩장을 액자에 넣어서 보관하고 있는 어떤 분의 사진을 본 것이다.

그간 청첩장은 '버려지는 것'이고 우리가 아무리 보관해도 다시 보게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였는데 액자에 넣은 것을 보니, 한장의 제대로 된 사진을 찍는 것과도 같은 일이라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웨딩촬영으로 이 당시를 추억하고 기억하듯, 청첩장 또한 액자에 넣어 예쁘게 보관한다면 두고두고 떠올릴 수 있는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았다.

그리하여, 결국, 청첩장을 직접 만들기로 내 마음을 굳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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